[판결] 대법원 "강릉 테라로사 건축물 복제는 저작권법 위반"

건축저작물

글 : 임용수 변호사


일반 건축물이 아니라 창작성이 인정되는 건축물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되므로 이를 무단으로 모방해 설계·시공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축사 K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1)

K씨는 강릉시 사천면 순포안길에 있는 유명 카페 '테라로사' 건축물을 건축서적 등에서 알게 된 것을 기화로 이를 모방해 건물을 설계·시공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테라로사 사천점은 외관이 2011년 건축전문도서인 '건축세계'에 실렸고, 2012년 강원도 경관 우수건축물로 선정돼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건축사 협회 월간지인 '건축사협회'지에 수록되기도 하는 등 건축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건축물이었습니다. K씨는 2013년 8월 L씨로부터 건축을 의뢰받고 2014년 8월 경남 사천시에 테라로사를 모방·복제한 건물을 건축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K씨와 L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2)


재판부는 「건축물이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테라로사 건물은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으며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K씨가 설계·시공한 건축물과 테라로사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2심도 "테라로사 건물은 외관의 아름다움을 고려한 디자인 형태로서 전체적인 외관에 미적 창의성을 갖춘 저작물로 인정된다"며 K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창작성이 요구됩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3) 

저작권법은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습니다(제4조 제1항 제5호). 그런데 건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 분야의 일반적인 표현 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건축물이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테라로사 건물이 외벽과 지붕 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일반적인 표현 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나아가 테라로사 건물과 K씨가 지은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저작권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입니다. 건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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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로펌 대표 임용수 변호사&변리사
  • 최초 등록일 : 2020년 5월 14일

1)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2) 1, 2심은 실제 건축주인 L씨에 대해서 K씨와 공모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3)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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